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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 16:46 - 알 수 없는 사용자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 ② - 스냅퍼

"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찍습니다. '자신만의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카메라가 좋아서'찍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주로 매니아층이 되겠지요. 일반 사람들에게 사진을 왜 찍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남는건 사진 뿐이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올겁니다. 요새는 아마 여기에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해서' 라는 답변도 종종 나올 것 같군요. 자기PR시대라고, 남에게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 될 수 있으니까요. 과연 찍는 목적만 다양할까요? 찍는 대상들도 천차만별입니다. 연예인을 주로 찍는 사람들, 셀카를 찍는 사람들,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일출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금강송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그 바리에이션은 굉장히 넓어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개중에는 정말 쓸모없어보이는 것들만 찍는 것 같아보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굉장히 쓸데없어보이는 촬영도 모두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 ② - 스냅퍼


 오늘 소개해드릴 사람들은 통칭 '스냅퍼'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스냅사진' 이라던지 '스냅샷'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스냅샷, 스냅 사진은 짧은 순간의 기회를 이용하여 찍는 사진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가끔 작은 사진기를, 혹은 큰 사진기던지, 아이폰으로 길거리에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화단을 찍거나, 이쁜 애인 사진을 찍거나(...), 살금살금 길고양이를 찍는 사람들을 보신 적들이 있었을 겁니다. 이들은 왜 이런 사진을 찍을까요?

 1편의 허진호 선배가 쓴 글을 보면 항공기 스포터는 '자신이 본 항공기를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했습니다. 어찌보면 비슷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른 사람들입니다. 스포터 분들은 항공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 '항덕' 이라고도 하죠. 그분들은 항공기가 너무 좋기 때문에 사진이나 다른 매체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실제 항공기의 사진을 찍고 두 눈으로 관찰하고, 이를 소장하고 싶어서 촬영합니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도 하죠. 말하자면 그분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덕질'과도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냅퍼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내퍼들은 세세한 디테일을 살려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진을 찍을 때의 그 시공간의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시공간의 느낌이라고 하니 뭔가 좀 심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무엇인가 자신에 눈에 비쳤을 때, 그때 그 눈에 비친 모습, 그 모습을 최대한 사진으로 남겨서 간직하고 싶어서, 혹은 그 느낌을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자기만족일수도 있겠죠. 개개인의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주제로 사진을 찍다 보니 그 제재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사람은 많으니까요. 

스냅퍼들은 보통 그 장비가 가벼운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아주 헤비한 장비를 가져다니는 스냅퍼도 있겠지만, 보통은 아이폰부터 디지털 카메라, 필름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 등 작은 카메라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렌즈 역시 표준화각인 50mm나 광각인 35mm, 혹은 24-70mm 등의 표준 줌렌즈를 가져다니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분들은 보통 흔히 '밝은 렌즈' 라고 불리우는 조리개값이 낮은 렌즈를 사용하는 편이 많은데, 이는 주간에서부터 야간, 아침이나 저녁, 실내 등 광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 셔터속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정은 이들에게 있어서는 사진을 '만드는' 과정과도 다름없기 때문에 보통 RAW 포맷으로만 찍거나 JPEG 포맷과 함께 찍는 옵션을 설정해 놓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타입의 사진가들이지만,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을 그렇게 쉽게는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카메라가 향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더더욱 보기 힘들 겁니다. 당장 생각해 보세요, 길거리에서 어떤 여성 혹은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는다고 생각했을 때, 여러분들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으실 수 있나요? 물론 신경 안쓰는 사람도 많이 계시겠지만 보통은 불쾌해 하거나 원치 않아 하십니다. 

 사실 이 초상권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상당히 많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주제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일 많이 만나는 것이 아마 사람일 겁니다. 전전 문단에서 했다싶이 스냅퍼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그 시공간을 사진으로나마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그 시공간에 어떤 사람이 끼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꼈던 그 감정은 막상 찍힌 피사체에게는 기분나쁜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그 사람이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순간' 이니까요. 

 제가 가입하여 있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사진가 분이 과거에 찍었던 사진을 공유했었습니다. 그 사진은 수레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와 젊은 여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다 순간 겹쳐진 순간에 촬영된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 과 같은 세월을 암시하는 제목을 지어서 올렸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다, 멋있다 등의 감정으로 사진을 평가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몇몇 분들은 분노까지 하시면서 사진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토로하시더군요. '세월의 흐름' 이란 것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주제이고, 젊은 여자에 비해서 할머니라는 늙은 노인 분이 상대적으로 볼품없이 보이는 것에 대해서 이것은 인격모독적인 사진과 그 제목이다 라는 것이 그분들의 의견이었습니다. 

 그 토론의 장에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어찌보면 새삼스럽고 당연한 점일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그 때 느낀 감정은 절대로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없다라는 겁니다. 긍정적인 느낌이던, 부정적인 느낌이던, 우리가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 담은 사진과, 그 사진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은 공유할 수 있어도 그 감정은 오직 자신이 느낀 감정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감정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초상권이 존재하는 것이겠죠. 한 장의 사진과 그것에 담긴 느낌이 그 피사체에게는 충분히 모욕적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스냅퍼들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셔터를 누르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간히 올라오는 카메라 든 청년을 보시고는 사진 한장 찍어봐~ 하셨다는 어떤 아저씨의 말씀이나, 사진을 찍고 다가가서 보여드리니 너무 좋아했더라는 그런 소식이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부럽습니다. 외국은 사진에 대해서 조금 관대한 모양인지, 호주에서 길거리에 삼각대를 대고 있으면 비켜주거나 인사 한마디를 해 주거나, 사진을 같이 찍자는 분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 점이 조금은 부러운 점일수도 있겠네요. 

 스냅퍼의 인원수가 아마 제일 많은 부류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도촬을 한다던지, 허락이 없는 사진을 올린다던지, 모욕적인 언행을 한다던지 하는 문제가 제일 많죠. 하지만 이것들은 소수 무감각하고 몰상식하고 무개념한 도촬러들의 문제란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스냅퍼들이 여러분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여러분이 그들의 시각에 매우 인상적이고 깊게 남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이지 여러분을 욕되게 하거나 위해를 가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라고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 스냅퍼들도 사람들 처음 보는 원숭이처럼 사진찍는 짓은 하지 말고 조용히 찍고 다가가서 말 한마디 건네보는건 어떨까요?

 "당신이 ~~ 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인상깊어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괜찮다면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요? 싫으시면 삭제해 드리겠습니다" 

 라던지요. 정중하게요.